3D 프린터로 피규어를 출력하면 사실 그때부터 일이 시작됩니다. 서포트를 떼고, 표면을 다듬고, 프라이머를 올린 다음 색을 칠해야 하죠. 작은 얼굴이나 옷의 무늬까지 살리려면 출력보다 후처리에 더 많은 시간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Flashforge가 공개한 CJ270이 눈에 들어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CMYK 컬러와 흰색, 투명 재료를 함께 분사해 도색하지 않은 풀컬러 입체물을 바로 만든다는 제품입니다. 산업용 장비에서 보던 방식을 데스크톱 크기로 줄였고, 미국 예약 가격은 3,999달러로 나왔습니다.

저도 예전에 레진 프린터를 써본 적이 있어서 공개 샘플만큼이나 냄새와 후처리, 재료비가 신경 쓰였습니다. 아래 영상에서는 촬영 당시 사전예약 페이지를 보며 기대되는 부분과 구매 전에 확인하고 싶은 부분을 이야기했습니다. CJ270을 직접 출력해 본 사용기는 아닙니다.
처음 자료만 보면 질문은 간단해 보입니다. “드디어 집이나 작은 작업실에서도 풀컬러 피규어를 바로 뽑을 수 있는 걸까?”
그런데 사양과 가격을 다시 확인해보니, 이 제품은 단순히 저렴한 풀컬러 3D 프린터라고만 보기 어려웠습니다. 이미 비슷한 시기에 HeyGears G1X라는 경쟁 제품이 등장했고, 두 장비가 풀컬러를 만드는 방식과 쓰임새가 꽤 다르기 때문입니다.
CJ270은 무엇이 다른가
CJ270은 MJP(Material Jetting) 방식의 전용 풀컬러 3D 프린터입니다. 액체 재료를 아주 작은 방울로 분사한 뒤 UV로 굳히며 한 층씩 쌓습니다. 노즐에서 녹인 필라멘트를 밀어내는 FDM이나, 레진 수조 전체를 빛으로 굳히는 일반 광경화 프린터와는 다른 구조입니다.
Flashforge 공식 사양에 따르면 컬러 구성은 CMYK에 White와 Clear를 더하고, 수용성 서포트 재료까지 포함합니다. 이를 위해 7개의 프린트헤드를 사용하며 제조사는 1,000만 가지 이상의 색을 표현한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White와 Clear가 꽤 중요합니다. 단순히 표면에 색을 입히는 데서 끝나지 않고, 흰색 바탕 위에 선명한 색을 올리거나 안경·바이저·물약병처럼 빛이 통과하는 부분을 함께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색으로 흉내 내기 까다로운 표현을 출력 단계에서 처리하는 셈이죠.

수용성 서포트도 눈에 띕니다. 출력물 주변을 받치던 재료를 니퍼로 하나씩 잘라내는 대신 물에 녹여 제거합니다. 공식 안내는 자연 침지 약 10시간, 초음파 세정기 사용 시 1~2시간을 제시합니다. 완성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남지만, 작은 손가락이나 얇은 장식을 잘못 잘라낼 위험은 줄어듭니다.

예전에 레진 프린터를 사용할 때는 출력 중 나는 특유의 냄새가 작업 공간을 고르는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CJ270에는 활성탄 필터가 들어가지만, 제조사도 냄새와 공기 중 입자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고만 설명합니다. 무취이거나 별도 환기가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실제 재료 냄새와 장시간 출력 환경은 양산기 사용기를 기다려 봐야 합니다.
7μm라는 숫자보다 먼저 볼 것
CJ270의 최소 적층 두께는 7μm, 빌드 볼륨은 180×120×100mm입니다. 얼굴과 의상 무늬가 들어간 작은 피규어를 정교하게 출력하려는 방향은 분명합니다. 반대로 큰 조형물이나 여러 개를 한꺼번에 배치하기에는 넉넉한 크기가 아닙니다. 큰 피규어는 파트를 나눠 출력하고 다시 접합해야 할 수 있으니, 도색 수고가 줄어도 조립과 표면 정리는 남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7μm만 보고 해상도가 더 좋다고 판단하면 곤란합니다. 적층 두께는 Z축으로 한 층을 얼마나 얇게 쌓는지 보여주는 값입니다. 피부색의 경계, 작은 눈동자, 글자처럼 평면에서 보이는 세밀함은 XY 방향의 도트 배치와 재료 번짐, 소프트웨어 보정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CJ270은 공식 XY 해상도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경쟁 제품의 2400 DPI라는 숫자와 놓고 어느 쪽이 더 선명하다고 결론 내릴 수 없습니다. 같은 모델을 출력해 작은 문자, 색 경계, 곡면, 치수 정확도를 직접 비교하기 전까지는 7μm를 ‘얇은 적층’ 이상의 의미로 확대하지 않는 편이 맞습니다.

Flashforge는 전용 슬라이서 ColorPrint가 색상 제어와 서포트 최적화, 배치를 한 흐름으로 처리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미지 한 장을 인쇄 가능한 3D 모델로 바꾸는 AI 보조 기능도 함께 내세웁니다. 생성형 3D 모델을 바로 컬러로 출력할 수 있다면 꽤 재미있는 작업이 가능하겠지만, 모델의 실제 호환성과 색상 매핑, 출력 완성도는 아직 공개 설명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진짜 경쟁 제품은 HeyGears G1X
현재 가장 가까운 경쟁 제품은 HeyGears G1X입니다. 두 제품 모두 데스크톱에서 풀컬러 3D 출력물을 만든다는 점에서는 라이벌입니다. 다만 장비의 출발점이 다릅니다.
CJ270은 풀컬러 입체 출력에 집중한 전용기입니다. G1X는 풀컬러 3D 출력뿐 아니라 아크릴, 목재, 가죽 같은 소재 위에 그림과 질감을 인쇄하는 UV 평판 기능까지 한 장비에 넣었습니다. 휴대전화 케이스나 명판을 인쇄하다가 피규어도 만들 수 있는 복합기인 셈입니다.

| 항목 | Flashforge CJ270 | HeyGears G1X 3D Edition |
|---|---|---|
| 장비 성격 | 풀컬러 3D 전용 | UV 평판·입체·풀컬러 3D 복합 |
| 현재 확인 가격 | 예약가 $3,999, 정상가 표시 $4,499 | Late Pledge 3D Edition $3,599 |
| 출력 크기 표기 | 빌드 볼륨 180×120×100mm | Flatbed Printing Area 420×330×130mm 또는 130×330×150mm |
| 최소 적층 | 7μm | 공식 표 10–20μm, 본문 10–30μm |
| 본체 무게 | 33.5kg | G1X Series 45kg |
| 출하 목표 | 2026년 10월 15일부터 순차 | 현재 Late Pledge는 2027년 3월 예상 |
표만 보면 G1X의 작업 영역이 압도적으로 커 보입니다. 다만 HeyGears가 이 수치를 ‘3D 빌드 볼륨’이 아니라 Printing Area로 표기하고 있다는 점은 남겨둬야 합니다. 평판 인쇄에 사용하는 전체 영역과 풀 3D 출력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 공간을 같은 값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대신 구조적인 차이는 분명합니다. G1X는 여러 출력 모드를 지원하는 만큼 재료와 공급 장치를 바꾸고, 퍼지와 보정을 거쳐야 합니다. G1X를 직접 시험한 FauxHammer의 비교 분석도 이 전환 과정을 단점으로 짚었습니다. CJ270은 전용기라 같은 풀컬러 3D 작업을 계속할 때 흐름이 더 단순해 보입니다. 다만 FauxHammer가 CJ270까지 직접 시험한 것은 아니므로 실제 유지관리 난이도는 양산기 리뷰를 기다려야 합니다.

가격을 다시 보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처음 정리한 자료에는 CJ270 예약 혜택이 레진 3kg과 쿠폰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식 페이지를 다시 확인하니 조건이 크게 바뀌어 있었습니다.
현재 CJ270은 3,999달러에 예약을 받고 있으며, 별도의 49달러 Early Bird Package를 판매합니다. 1,000명 한정으로 풀컬러 샘플 1개와 레진 24kg을 제공합니다. 레진은 한 번에 오는 것이 아니라 12개월 동안 매달 2kg씩 배송되는 조건입니다. 제조사는 혜택 가치를 1,500달러 이상으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24kg이 실제로 제공된다면 첫해 소모품 부담은 상당히 줄어듭니다. 하지만 한국 구매자에게도 같은 조건이 적용되는지, 매달 한국 주소로 배송되는지, 배송비와 관부가세는 누가 부담하는지까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혜택의 숫자만 보고 구매비용에서 1,500달러를 바로 빼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G1X도 가격을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Kickstarter 본 캠페인은 2026년 9월 12일 종료됐지만, 9월 19일 현재 Late Pledge가 열려 있습니다. 풀컬러 3D 구성이 포함된 G1X 3D Edition은 3,599달러이며 예상 배송은 2027년 3월입니다. 한국 배송료는 기존 공식 FAQ 기준 100달러이고 관세는 제조사가 부담한다고 안내하지만, Late Pledge 결제에서도 같은 배송료가 유지되는지와 한국 부가세 포함 여부는 최종 주문 화면에서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이전에 공식 스토어에 표시됐던 2,799달러는 G1X 풀컬러 3D 구성의 가격이 아니었습니다. 3,299달러짜리 Starter 구성에 500달러 캐시백을 적용한 표시였습니다. 현재 해당 스토어 주소는 Kickstarter Late Pledge로 연결됩니다. 풀컬러 3D 출력에 필요한 Resin Station과 3D Resin Kit가 포함된 구성과 섞어 비교하면 CJ270이 실제보다 비싸 보이게 됩니다.
프로모션은 바뀔 수 있습니다. CJ270과 G1X 가격은 모두 2026년 9월 19일 확인 기준으로 읽어야 합니다.
재료비는 아직 승자를 정할 수 없다
G1X는 캠페인 당시 3D 재료 가격표를 비교적 자세히 공개했습니다. 프로모션 묶음 기준 수용성 서포트는 약 23달러/L, CMYK 3D 레진은 공식 표기 약 27달러/L, 투명 레진은 약 35달러/L였습니다. 다만 캠페인 가격이므로 이후 정식 판매가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CJ270은 24kg 프로모션의 표시 가치만 공개했을 뿐, 정식 레진 가격표와 색상별 소비량은 충분히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출력물 무게만으로 비용을 계산하기도 어렵습니다. 실제로는 모델 재료뿐 아니라 서포트, 헤드 청소와 퍼지, 실패 출력에서 버리는 재료까지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CJ270 레진이 G1X보다 두 배 비싸다”는 초기 커뮤니티 추정은 현재 근거로 확인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24kg 혜택만 보고 CJ270이 무조건 싸다고 말하는 것도 이릅니다. 프로모션이 끝난 뒤의 정식 재료 가격과 한 작품을 출력할 때의 총소모량이 나와야 장기 비용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주문한다면 아직 빈칸이 많다
CJ270은 첫 100대를 2026년 10월 15일부터 순차적으로 항공 발송한다고 안내합니다. Flashforge의 글로벌 배송 정책에서 한국은 DDP 국가로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장비를 한국으로 주문할 수 있는지, 배송비와 관부가세가 얼마나 붙는지, 24kg 프로모션 레진도 매달 받을 수 있는지는 구매 전에 판매처에 확인해야 합니다.
G1X는 현재 Late Pledge 상품에 전 세계 배송 가능이라고 표시합니다. 기존 Kickstarter FAQ에는 한국 배송료 100달러와 관세 부담 조건이 나오지만, 한국 부가세와 Late Pledge의 최종 배송료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결제 직전 한국 주소에 표시되는 총액을 확인해야 합니다.
보증도 차이가 있습니다. Flashforge 일반 정책은 프린터 1년 제한 보증을 제시하지만 CJ270 프린트헤드의 별도 보증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G1X는 본체 1년, Epson i3200 계열 프린트헤드 180일을 명시합니다. 헤드가 여러 개 들어가는 장비에서는 교체 가격과 보증 제외 조건이 본체 가격만큼 중요할 수 있습니다.
지금 선택한다면 용도부터 나눠야 한다
피규어, 미니어처, 컬러 시제품을 계속 출력하고 싶다면 CJ270의 방향이 더 명확합니다. 모드를 바꾸지 않아도 되고, White와 Clear, 수용성 서포트까지 한 작업 안에서 처리합니다. 빌드 볼륨은 작지만 무엇을 위한 장비인지는 분명합니다.
반대로 상품 표면 인쇄, 명판, 휴대전화 케이스, 원통형 소재와 풀컬러 3D 출력까지 한 장비에서 다뤄야 한다면 G1X가 더 넓은 선택지입니다. 대신 모드 전환과 재료 관리에 들어가는 시간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지금 단계에서 CJ270을 “G1X보다 성능이 좋은 제품”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습니다.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제품의 차이는 성능 순위보다 전용기의 단순함과 복합기의 활용 범위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둘 다 아직 첫 양산 제품의 실사용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제조사 샘플만으로 색 정확도와 표면 품질, 출력 속도, 헤드 수명, 실패율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냄새와 ColorPrint의 완성도, 한 작품에 들어가는 모델·서포트·청소용 재료의 총량, 한국 배송 총액과 사후지원까지 확인한 뒤 결정하고 싶습니다. 4천 달러 안팎의 첫 세대 장비인 만큼 실제 출하 뒤 같은 모델로 비교한 결과를 기다리는 선택도 충분히 합리적입니다.
CJ270이 흥미로운 이유는 모든 문제가 해결됐기 때문이 아닙니다. 산업용 장비의 영역으로 남아 있던 풀컬러 3D 출력이 이제 작은 작업실에서 고민해볼 수 있는 가격대로 내려오기 시작했다는 데 있습니다. 다만 ‘살 수 있는 가격’과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제품’ 사이에는 아직 확인해야 할 출력물이 조금 더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