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 AI 이야기를 보면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헷갈립니다. Kimi나 DeepSeek이 사실은 Claude를 배운 모델이었다는 말도 있고, 내가 보낸 질문에 Claude가 대신 답했다는 말도 나옵니다. 그렇다면 내려받아 쓰는 로컬 모델도 뒤에서 Claude를 호출하고 있다는 뜻일까요?
이 궁금증을 풀려고 원문을 따라가 보니, 한데 묶여 퍼지는 이야기들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Claude의 답변을 모아 모델을 학습시키는 것과, 지금 들어온 질문을 Claude에 넘기는 것은 다른 일이었습니다. 여기에 사용자가 입력한 내용을 어디까지 보내고 다시 쓰느냐는 문제도 얽혀 있고요.
발표 자체가 없는 소문은 아니었습니다. Anthropic과 미국 정부가 구체적인 의혹을 제기한 문서가 있습니다. 다만 그 내용을 바로 “중국 모델은 전부 Claude였다”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2026년 9월 14일까지 확인한 공식 문서와 커뮤니티 토론을 바탕으로, 어떤 일이 있었고 실제로 어떻게 가능한지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어떻게 시작된 논란인가
먼저 날짜를 따라가 봤습니다. Anthropic은 2월 23일 이미 DeepSeek, Moonshot, MiniMax를 지목했습니다. 약 2만 4천 개의 부정 계정으로 1,600만 건 이상의 대화를 주고받았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요청이 들어오는 패턴과 요청에 붙은 정보, 사용한 인프라 등을 보고 어느 업체의 활동인지 판단했다고 설명합니다. Anthropic 2월 발표
6월 10일자 의회 서한에는 Alibaba도 등장합니다. 언론사가 보관한 서한 사본을 보면, 4월 22일부터 6월 5일까지 2,880만 건 이상의 대화를 주고받았다는 주장과 정부의 대응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Alibaba 이야기도 이번 9월에 처음 나온 것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서한 원문 사본
9월에는 발표가 연달아 나왔습니다. 8일에는 NSA·FBI·CISA가 공동 권고를 내고 여러 중국 기업의 미국 AI 모델 증류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Kimi-K3 학습에 Fable 5 데이터가 쓰였다는 주장도 이 문서에 나옵니다. 이어 10일, Anthropic이 후속 위협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NSA 발표와 공동 권고, Anthropic 9월 보고서

여기까지 보면 단순히 스크린샷 몇 장에서 시작된 소문과는 무게가 다릅니다. 그렇다고 외부 연구자가 각 모델의 학습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성능에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까지 확인한 것은 아닙니다. 같은 발표를 인용한 기사가 많아지는 것과 별도의 검증이 쌓이는 것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답과 풀이로 배우는 모델
그런데 다른 AI의 답변을 모으면 어떻게 새 모델을 만들 수 있을까요?
증류는 큰 모델을 교사로 삼아 학생 모델을 학습시키는, 오래전부터 연구해 온 방법입니다. 교사 모델이 내놓는 답이나 다른 정보를 학습 재료로 쓰는 것이죠. 원래 모델의 가중치 파일을 가져오지 않고도 답변을 받아 이런 학습을 할 수 있습니다. Hinton 등의 지식 증류 논문
간단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교사 모델에게 “3,000원짜리 물건 네 개에 배송비 2,000원을 더하면 얼마인가?”라고 묻습니다. 교사는 “3,000 × 4는 12,000이고, 배송비를 더하면 14,000원”이라고 답합니다.
이 질문과 풀이, 정답을 한 묶음으로 만들어 학생 모델에 학습시킵니다. 여러 종류의 문제에서 쓸 만한 예시를 골라 학습시키면, 학생도 처음 보는 문제를 비슷한 방식으로 풀도록 훈련할 수 있습니다. 답변을 모으기만 하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학습을 돌릴 연산 자원도 필요하고, 잘못된 예시를 걸러내고 새로운 문제를 풀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이번에 최종 답변보다 풀이 과정을 노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14,000원”만 알려주는 것보다 왜 그 답이 나왔는지 보여주는 편이 더 많은 것을 가르칠 수 있으니까요. Google의 2023년 연구에서도 큰 모델이 글로 설명한 풀이를 작은 모델의 학습에 활용했습니다. 이런 방법이 가능하다는 연구이지, 이번에 지목된 업체들이 얼마나 효과를 봤는지 확인한 결과는 아닙니다. Google Research 설명
그렇다고 풀이를 얻으면 Claude의 머릿속까지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AI가 보여주는 풀이, 흔히 CoT라고 부르는 설명이 내부 계산을 빠짐없이 담고 있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Anthropic도 모델이 설명한 이유와 실제 판단에 영향을 준 것이 어긋나는 경우를 연구했습니다. Anthropic의 CoT 충실성 연구
학습이 끝난 학생 모델은 독립적으로 실행될 수 있습니다. 선생님의 풀이로 공부했다고 해서 문제를 풀 때마다 선생님에게 다시 물어야 하는 것은 아닌 셈입니다. 따라서 Claude의 출력으로 학습했다는 의혹만으로 내 컴퓨터의 로컬 모델이 매번 Claude에 질문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외부 통신이 있는지는 모델을 실행하는 프로그램과 연결된 도구를 확인해야 합니다.

내 질문에 누가 답했을까
반면 온라인에서 질문을 넘기는 중계는 훨씬 직접적입니다. 사용자는 A 서비스에 질문했는데, A가 그 내용을 B 회사의 모델에 보내 답을 받아오는 방식입니다. 여러 모델을 연결하는 서비스에서도 쓸 수 있는 구조입니다. 다만 사용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입력한 내용을 다른 회사에 보내고 다시 쓸 권한이 있었는지가 문제가 됩니다.
보고서에 등장하는 업체들도 같은 방식으로 묶여 있지는 않았습니다. Anthropic은 Alibaba가 학습에 쓸 출력과 풀이를 대량으로 모았다고 설명하고, Moonshot과 DeepSeek에는 일부 고객 요청을 실시간으로 넘겼다는 의혹을 제기합니다. Xiaomi는 기존 고객 대화를 나중에 Claude에 다시 입력한 사례로 나옵니다. 이 경우에는 Claude의 답을 고객에게 직접 돌려줬다는 증거까지 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9월 보고서, 증류 절 143~154쪽
Anthropic이 지목한 기업과 관측 규모
| 기업 / 모델 | 관측 기간 | 대화 교환 수 | 주장한 방식 |
|---|---|---|---|
| Alibaba / Qwen | 5~7월 | 1억 5,100만 건 초과 | 학습용 출력·풀이 확보 |
| Moonshot / Kimi | 5~7월 | 2,300만 건 초과 | 고객 요청 중계·기록 수집 |
| DeepSeek | 7월 중 14일 | 1,210만 건 초과 | 코딩 요청 일부 선별 중계 |
| Zhipu / Z.ai | 6~7월 중 17일 | 340만 건 초과 | 풀이 기록 정제·학습 활용 |
| Xiaomi / MiMo | 3~4월 중 20일 | 40만 건 초과 | 기존 세션 사후 재생 |
| SenseTime | 해당 절 미제시 | 해당 절 미제시 | 제3자 대화 기록 구매 |
| MiniMax | 해당 절 미제시 | 해당 절 미제시 | 관계사를 통한 프록시 운영 |
보고서 내용을 업체별로 정리했습니다. 대화 교환 수는 사용자 수나 최종 학습 샘플 수와 다릅니다. 좁은 화면에서는 표를 좌우로 밀어 볼 수 있습니다.
표의 숫자를 더해 보면 규모는 꽤 큽니다. 일곱 기업 가운데 수치가 나온 다섯 기업의 표기값만 합쳐도 약 1억 9천만 건입니다. 다만 업체마다 관측한 기간이 달라서, 이 숫자를 2월의 1,600만 건으로 나눠 “증류가 12배 늘었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대화를 주고받은 횟수와 최종 학습에 들어간 서로 다른 데이터의 수도 같지 않고요. Anthropic 9월 보고서
실제로 AI를 쓰는 입장에서는 내 입력이 어디까지 갔는지가 더 신경 쓰입니다. 회사 문서를 분석해 달라거나 코드를 고쳐 달라고 보냈는데, 예상하지 못한 다른 회사에도 전달됐다면 어떨까요? 누가 내용을 보고, 얼마나 보관하고, 학습에 다시 쓰는지에 따라 같은 기능의 서비스라도 선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고객에게 숨겼는지에 대해서는 원문에도 빈칸이 남아 있습니다. Moonshot 부분에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We do not know if Moonshot notified their customers”
고객에게 알렸는지는 모른다는 뜻입니다. Anthropic이 중계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과, 고객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확인하는 것은 여기서 갈립니다. 원문에도 이렇게 적혀 있으니 “모든 고객을 속였다”까지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보고서 149쪽
다들 쓰는 기술인데 왜 문제가 될까
여기서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증류는 미국 기업도 쓰는 기술인데, 이번에는 왜 문제가 되는 걸까?” 기술 자체만 보면 맞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어떤 데이터를 어떤 허락을 받고 가져왔는지까지 같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Anthropic의 현행 상업 약관은 별도 승인 없는 경쟁 모델 학습과 재판매 등을 제한합니다. 그래서 약관을 어겼는지가 한 쟁점이고, 부정 계정이나 훔친 인증 정보를 썼다는 의혹은 따로 따져야 할 문제입니다. 증류 연구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두 같은 경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약관만 보고 당시의 모든 계약이나 형사상 절도 여부까지 판단할 수도 없고요. Anthropic 상업 약관
중국 상무부도 9월 9일 미국 정부 권고에 반박했습니다. 증류는 미국 기업도 활용하는 보편적이고 중립적인 기술인데, 미국이 경쟁을 막으려는 일을 국가안보 문제로 포장한다는 입장입니다. 이 성명은 규제의 정당성을 비판하는 내용에 가깝습니다. 개별 계정이나 트래픽 주장이 틀렸다는 자료를 내놓은 것은 아닙니다. 중국 상무부 원문
미국 안에서도 규제를 어디까지 넓힐 것인지에 대한 비판이 나옵니다. 정책 연구기관 ITIF는 AI 모델 탈취 대응 법안을 논평하며 민간 기업의 약관 위반이 연방 제재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금지할 행위를 명확히 하고, 증거를 공개하고, 절차를 갖추자는 의견입니다. 기업 간 계약 문제가 국가안보 제재로 이어질 때 어디에 선을 그어야 하는지도 남아 있는 질문입니다. ITIF 논평
비용부터 이중잣대까지, 댓글에서 나온 질문들
커뮤니티를 보니 사람마다 궁금해하는 지점도 달랐습니다. 살펴본 Hacker News와 Reddit 네 개 토론에서는 비용 계산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증거와 개인정보, 이중잣대를 묻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전체 여론을 보여주는 표본은 아니지만, 원문을 읽으며 놓치기 쉬운 질문들이 나왔습니다.
Hacker News에는 “싸게 파는 서비스가 비싼 Claude를 호출하면 어떻게 돈이 남느냐”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실제 사용자 대화를 학습 재료로 얻는 비용이라고 보면 설명이 된다는 답이 붙습니다. 당장 답변을 팔아 남기는 돈을 보는지, 이후 학습에 쓸 데이터를 얻는 과정을 보는지에 따라 계산이 달라지는 것이죠. 실제 업체의 비용이나 목적이 확인된 것은 아니고, 댓글에서 제시한 해석들입니다. 경제성을 의심한 댓글, 학습 자료 확보로 해석한 답글
Reddit에서는 화살이 Anthropic 쪽으로 향하기도 했습니다. “자신들은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다른 회사가 배우는 것은 왜 막느냐”는 비판입니다. Anthropic의 학습 데이터 관행까지 함께 묻는 반응이지만, 이것만으로 고객에게 처리자를 알렸는지나 계정을 어떻게 확보했는지에 대한 답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r/singularity 토론
또 다른 질문도 있었습니다. “Anthropic은 이렇게 자세히 알 수 있을 만큼 대화 기록을 갖고 있었던 걸까?”라는 반응입니다. r/LocalLLaMA 토론
이 질문은 AI 서비스의 데이터 안내를 읽을 때도 생각해 볼 만합니다. “학습에 쓰지 않는다”는 말을 “저장하지 않는다”로 받아들이기 쉬운데, 두 조건은 다릅니다. Anthropic의 상업용 데이터 안내에도 API 데이터의 기본 보관 기준과 정책 위반 조사 같은 예외가 따로 나옵니다. 학습에 쓰는지뿐 아니라 보관과 안전 검토에 어떤 조건이 붙는지도 함께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Anthropic 데이터 보관 정책

그래서 내 질문은 어디로 가는 걸까
조사하면서 원문 확인이 따라오지 않는 이야기도 만났습니다. 일부 게시글에는 Moonshot 직원 16명이 체포됐다는 말까지 있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이를 뒷받침할 공신력 있는 독립 확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모델이 “나는 Claude”라고 답한 화면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학습 중 익힌 문구인지, 프롬프트의 영향인지, 잘못 답한 것인지, 실제로 다른 모델에 넘긴 것인지 화면 한 장으로 가려내기 어렵습니다.
원문을 따라가고 나니 처음의 질문을 조금 다르게 보게 됩니다. 정부와 Anthropic이 규모와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의혹은 있습니다. 하지만 각 모델의 성능 중 얼마나 이 데이터에서 왔는지, 어떤 고객의 요청이 어떤 계약 아래 넘어갔는지까지 공개 자료로 답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그 사이 서비스를 고르는 사람에게는 확인할 일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벤치마크와 가격을 비교할 때, 내가 고른 모델이 실제로 답하는지와 입력한 내용을 다른 곳에 보내는 조건도 함께 보는 것입니다. 회사 문서나 코드를 맡기는 상황이라면 특히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중국 AI는 결국 Claude였다”는 말은 짧고 기억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쓰는 입장에서 알고 싶은 것은 조금 더 구체적입니다. 이 모델은 무엇을 배웠고, 지금 내 질문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앞으로 나오는 해명과 추가 자료에서도 이 두 질문에 어떤 답이 붙는지 살펴봐야겠습니다.

“경제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는 의문입니다.
해당 댓글 원문 ↗“모델을 증류하려는 것”이라는 답글입니다.
해당 답글 원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