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mbu Lab이 첫 3D 스캐너를 내놓는다는 소식입니다. 정확히는 아직 예고 단계인데요. 9월 22일 미국 FCC(연방통신위원회) 인증 서류에 'Bambu Lab S1'이라는 이름이 올라오면서 이야기가 돌았고, 10월 12일 밤 10시(한국 시간)에 공식 X 계정이 티저를 올리면서 제품이 준비 중이라는 것은 공식적으로 확인됐습니다.
3D 프린터를 만들던 회사가 실물을 3D 모델 파일로 바꿔 주는 스캐너까지 내놓는다면, 스캔에서 출력까지가 한 회사 안에서 이어질지 먼저 궁금합니다. 그런데 자료를 정리하면서 확인해 보니 공식이 말한 건 생각보다 적었습니다. 가격도 사양도 없고, 날짜도 달만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공식이 말한 것, 서류로 확인되는 것, 정황이나 추측으로 남은 것을 나눠서 적어 보겠습니다. 직접 써 본 제품이 아니라 공개된 자료를 읽고 정리한 글이고, 내용은 10월 13일 낮까지 직접 열어 확인한 기준입니다.
S1 티저와 가격 추측을 정리한 순순공작소 영상도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공식이 말한 것
공식 X 티저 게시물은 이미지 한 장과 짧은 문구가 전부입니다. 'Bambu Lab S1 | 3D Scanner', 'November 2026.', 'Create from your world. Start with a scan.' 이미지는 검은 몸체에 권총처럼 생긴 그립이 달린 핸드헬드(손에 들고 쓰는) 스캐너 모양이고, 'Easy in Hand. Pro in Every Scan.'이라는 슬로건이 들어 있습니다. 공식 한국어판 페이지는 이 문구를 "'손'쉽게 시작하고, 스캔은 프로답게."로 옮겨 놓았습니다.
이 예고에서는 오히려 빠진 것들이 눈에 띕니다. 먼저 날짜입니다. 'November 2026'이 전부죠. 같은 회사의 직전 예고였던 레이저 장비 R1은 8월 13일에 'coming September'라며 달만 먼저 알렸다가, 9월 14일에 'launching Sept 22'라고 날짜를 밝혔습니다. S1 포럼 글 제목이 'coming November'인 걸 보면 지금은 그 첫 단계와 비슷한 모습인데요. 다만 11월에 판매를 시작한다는 건지, 자세한 정보를 공개한다는 건지는 Bambu Lab이 구분하지 않았습니다. 매체도 갈립니다. Tom's Hardware는 11월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고 썼고, XDA Developers는 '11월에 더 많은 정보가 나온다'는 쪽으로 풀었습니다.
공식 페이지 안에서도 표기가 다릅니다. S1 페이지를 열어 보면 미국판에는 'November 2026 Coming soon'이라고 되어 있는데, 기본 영어판에는 'Coming soon'만 있고 한국어판에는 '곧 출시 예정'만 있습니다. 11월이 걸린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나뉘는 셈이고, 어느 쪽에도 가격과 사양은 없고 이메일 알림 신청 칸만 있습니다.
공식 포럼에는 같은 이미지와 'Create from your world. Start with a scan.'이라는 한 줄이 올라와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 스레드 글 50개 중 Bambu Lab 직원이 쓴 건 첫 글 하나뿐이라, 댓글로 나온 질문(스캔 속도와 정확도 등)에는 아직 공식 답이 없습니다.
서류에서 보이는 것
FCC에는 Bambu Lab의 중국 법인(Shenzhen Tuozhu Technology)이 9월 22일에 서류를 올렸습니다. FCC ID는 2A6J8-DS001이고 제품명은 'Bambu Lab S1'로 올라 있습니다. 서류에서 직접 읽히는 내용은 많지 않습니다.
- Wi-Fi는 5GHz 대역만 신청했습니다. 블루투스와 2.4GHz Wi-Fi는 소프트웨어로 꺼 둔다는 기능 제한 선언서가 붙어 있습니다.
- 라벨 도면에 'Bambu Lab S1'이라는 이름과 함께 '3D Scanner', 입력 20V·3A(60W), 실내 전용(Indoor use only) 표기가 있습니다.
라벨에 배터리 표기가 보이지 않아서 Tom's Hardware는 PC에 연결해서 쓰는 형태일 수 있다고 추측했습니다. 블로거 Anton Månsson도 USB-C로 전원을 받는 PC 연결형일 수 있다고 쓰면서, 단독으로 돌아가는 기기인지는 확신하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서류 한 장으로는 단독 기기인지 PC 연결형인지 단정할 수 없습니다.
FCC 서류 목록에는 '2027년 3월'이라는 날짜도 보이는데, 이건 출시일이 아닙니다. 외관 사진, 내부 사진, 사용자 설명서 같은 문서의 공개일이 2027년 3월 21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비공개 요청서는 이 문서들을 허가일로부터 180일 동안 공개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인데, 목록에 표시된 9월 22일에 180일을 더해도 3월 21일이라 날짜가 맞아떨어지죠. 180일 안에 제품이 판매되면 인증 기관에 알리겠다는 문장도 있어서, 이 날짜는 공개를 미뤄 달라는 기한일 뿐입니다.
누가 만드는지는 정황뿐
Bambu Lab은 티저에서 협력사를 밝히지 않았고, FCC 서류에도 제조사 이름은 Bambu 쪽 법인뿐입니다. 다만 올해 1월 30일, 중국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3D 스캐너 회사 Scantech(思看科技)이 공시를 하나 냈습니다. 전날인 1월 29일에 Bambu 운영 법인과 일상경영 프레임 계약을 맺었다는 내용인데, 이 법인(深圳拓竹科技)은 FCC 서류를 낸 Shenzhen Tuozhu Technology와 이름이 같습니다. 두 회사가 '소비자용 3D 스캐너'를 공동으로 설계·개발하고 Scantech이 생산해서 Bambu에 판매한다는 것이고, 계약 금액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독점 공급인지, 계약 기간이 얼마인지는 제가 읽은 공시 본문에 적혀 있지 않습니다.
시기와 내용이 맞아서 Tom's Hardware와 포럼 글 일부는 S1을 이 협력과 이어서 읽습니다. 하지만 티저에도 FCC 서류에도 Scantech 이름은 없어서, 지금은 정황이지 확인된 사실이 아닙니다.
Tom's Hardware는 여기에 비교를 하나 보탰습니다. Scantech의 산업용 브랜드 SCANOLOGY(Scantech 사이트에 그렇게 소개돼 있습니다) 쪽의 전문가용 스캐너 3DeVOK MT Gen2도 입력 정격이 60W라는 점을 짚은 겁니다. 3DeVOK 공식 페이지에는 DC 12V·5.0A로 적혀 있고, S1 라벨은 20V·3A라서 전압과 전류는 다르지만 곱하면 같은 60W입니다. 포럼에서도 9월 말에 한 사용자가 같은 비교를 올렸습니다. 정격이 같다고 같은 기술이라는 뜻은 아니니, 같은 60W가 우연인지는 사양이 나오면 바로 알 수 있겠죠.
가격은 전부 예상
공식 가격은 없고, 나온 숫자는 전부 예상입니다. 가격 이야기는 앞에서 본 Tom's Hardware 기사에도 나옵니다. 이 기사는 3DeVOK MT Gen2의 공식 가격이 $8,299라면서, 소비자 가격을 지키려면 S1과 같은 플랫폼일 가능성은 낮다고 스스로 덧붙입니다. 기사 주소 끝에는 'might-be-expensive'가 남아 있지만 지금 제목은 '11월 출시 예정' 쪽으로 바뀌어 있어서, 'S1이 비쌀 것'이라는 보도로 읽으면 곤란합니다.
그 밖의 숫자는 개인 예상입니다. 블로거 Anton Månsson은 S1이 $999에 나와 Revopoint MetroX와 맞붙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근거로 든 건 FCC 라벨 도면과 60W 정격 같은 서류 단서이고 본인도 예상(expect)이라고 적었습니다. 공식 포럼 스레드에서는 의견이 갈렸습니다. 'Pro'가 마케팅 문구가 아니라면 $1,000 아래는 어렵고 Creality의 S1과 겨루려면 $2,000 언저리일 거라는 쪽이 있고, $1,000 안팎이면 크게 성공할 거라는 쪽이 있습니다. (Creality에도 이름이 같은 Sermoon S1이 있어서 검색할 때는 'Bambu Lab S1'이라고 써야 섞이지 않습니다.)
참고로 지금 판매 중인 스캐너는 이 정도입니다. 10월 13일 낮에 각 판매 페이지에서 본 값이고, 세일과 선주문 가격이 섞여 있어서 곧 바뀔 수 있습니다. Revopoint 값은 MetroX 시리즈 페이지의 MetroX Pro Standard Edition 옵션 기준입니다.
| 제품 | 가격 | 메모 |
|---|---|---|
| Creality Pika | $699 | 선주문, 배송은 약 한 달 뒤 |
| Revopoint MetroX Pro | $846 | Standard Edition, 정가 $1,209, 세일 마감 임박 표시 |
| Creality Raptor Pro | $1,349 | 정가 $1,999, Creality 스토어 기준 |
| Creality Sermoon P1S | $2,099 | 정가 $2,299, 선주문(10/25 배송) |
S1이 이 사이 어디에 들어올지는 아직 근거가 약합니다. $8,299인 MT Gen2는 전문가용 제품이라 이 표의 범위 밖입니다.
포럼에서 눈에 띈 반응
공식 포럼 티저 스레드는 10월 13일 낮 기준 글 50개, 참여자 22명입니다. 앞쪽 글을 읽어 보면 가격 다음으로 많이 나온 이야기가 소프트웨어입니다. 가장 먼저 달린 댓글은 스캔 자체는 쉬운 부분이고, 스캔을 쓸 수 있는 부품으로 다듬는 게 진짜 고생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사람들이 후처리를 모른 채 사서 실망할 것 같다는 걱정도 이어졌고, 다른 댓글은 Bambu Suite를 겨냥하듯 새 소프트웨어에 대한 불안을 드러냈습니다. Tom's Hardware도 비슷한 말을 합니다. 스캐너가 틈새 시장에 머무는 이유로 PC 사양, 스캔 정리 작업, CAD에서 다시 모델링하는 일을 꼽았습니다.
재미있는 반응도 몇 개 있었는데요.
- FCC 도면이 처음 올라온 스레드에서는 한 댓글이 'Bambu가 스테이플러 시장에 들어간다'고 농담해 가장 많은 추천(9개)을 받았습니다.
- 티저 스레드에는 지난 출시에서 뭔가 배웠는지 이번에는 달 옆에 연도를 꼭 적었다는 댓글이 있었습니다.
- '검은 부품은 스캔이 안 된다'는 댓글도 있는데, 스캐너 일반의 흔한 약점을 빗댄 풍자이고 S1의 시험 결과가 아닙니다. 실물도 사양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니까요.
앞으로 볼 것
R1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달만 먼저 알리고 한 달쯤 뒤에 날짜를 밝혔습니다. S1이 같은 길을 갈지는 모르지만, 날짜 공개가 한 번 더 있을지 지켜볼 만합니다. 신제품 예고와 유출 정보를 따라가 본 이전 글로는 H2D 유출 정보 총정리가 있습니다.
그 밖에 챙겨 볼 일정이 몇 개 있습니다. 10월 15일에는 Scantech의 반기 실적 설명회가 온라인으로 열립니다(중국 시간 13~14시, 한국 시간 14~15시). S1을 언급할지는 알 수 없고, 투자자 질문을 받는 자리라서 이 글에서는 주가나 투자 이야기는 다루지 않습니다. 11월 17~20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Formnext 전시사 목록에는 Bambulab GmbH가 올라 있는데, 거기서 S1이 공개된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스캔에서 출력으로 이어지는 흐름에서 하나 더 궁금한 건 컬러 스캔입니다. Bambu Studio 2.7.1부터 텍스처가 입혀진 모델(OBJ, glTF, GLB, FBX)을 불러와 최대 32색의 다색 출력용으로 칠해 주는 기능이 이미 있습니다. S1이 색까지 스캔하는지, 스캔 결과가 이 기능으로 이어지는지는 아직 공식 발표가 없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기대일 뿐입니다.
지금 확실한 건 핸드헬드 형태, 5GHz Wi-Fi 신청, 라벨의 60W, 그리고 11월이라는 표기까지입니다. 가격과 사양이 공개되면 숫자를 보고 다시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