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임을 위한 축제, 서울 게임 타운 참가 후기

지난 9월 20일, 영등포에 위치한 올댓마인드에서 진행된 제 1회 서울 게임타운 행사에 부스로 참여한 후기를 남겨보려 한다.

서울게임타운 행사는 이번에 처음으로 진행된 게임 행사로써 “모든 게임이 존중 받을 수 있는 행사.” 라는 상당히 보기 드문 주제로 진행된 인디게임을 위한 행사로 진행되었다.

서울게임 타운 행사 : https://seoulgametown.com/

사실, 내가 속해있는 순순팩토리는 인디 게임 개발사라기보다는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많이 활용하는 게임 개발 어셋을 개발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해당 행사에 참여하는데 취지가 적합한지는.. 좀 불분명했지만, 우리도 게임을 제출한다면 참여가 가능하다는 대답을 받고!!!

서울게임타운에 함께해주신 많은 관람객, 게이머 분들이 게임을 해보려고 줄 서있는 모습

부랴부랴 몇일만에 뚝딱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참여를 하게 되었다. 물론, 순수한 열정으로 게임을 오랜 기간 만들어서 참여하시는 분들의 노고에 그냥 숟가락을 올릴 수는 없으니, 가능한한 후원을 최대한 지원하여 현장에서 고생하시는 스텝분들을 위한 간식비 지원과, 우리팀이 지원할 수 있는 소정의 내용을 지원하는 결정을 하고 참여.

급 제작하여 행사장에서 공개해본 실험적 게임 “자원전쟁” , 추후 공개 예정이다.

어쩌다보니 내 인생의 첫 번째 게임 관련 부스 운영이었는데.. 고객입장이거나, 아니면 연사등으로 발표를 하러 관련 행사들에 참여한 적은 있었는데, 드디어 40살이 훌쩍넘은 이 나이를 먹고 처음으로 내가 만들고 있는 게임과 우리 팀원들과 함께 부스로 참여를 해보았다.

팀의 막내 상추님의 영혼이 반쯤 나간 모습.. 상추 고생했어..

다른 행사보다도 순순팩토리의 첫 공식 행사 참여로 이 “서울게임타운” 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행사의 취지가 너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었다.

” 무슨 게임을 좋아하든, 취향을 존중해요.” 너무 멋진 캐치프레이즈가 아닐까?

누구나 게임 개발을 사랑하고, 게임을 통해서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그냥 자기만족으로 끝 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통해서 게임을 플레이 해주시는 사람들과 교류하는 컨테츠를 제작하고 싶은 사람들!!

어쩌면 이런게 찐 인디 개발의 정신중 하나가 아닐까?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형태의 “인디게임” 개발자들을 위한 행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처음으로 일반적인 게임 개발에 뛰어들었던 2012년도만 하더라도 ( 처음으로 게임개발을 시작했던 워게임쪽은… 2004년도로.. 그건.. 대중적이지 않으니.. ) 이러한 인디게임 개발 문화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었고, 그렇다보니 좀 아는 사람들만 참여하는? 일부 사람들을 위한 문화이자 가치행동 같은 느낌이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흘러 초반부터 인디 게임 문화를 위해서 뛰어다니신 많은 분들과, 수많은 능력있는 인디 사이즈의 스튜디오들이 등장하면서, 이제는 인디 게임은 아주 긱(Geek) 한 일부 장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게이머들의 선택을 받는 대중적인 장르로 자리 매김하며, 그 어느때보다도 큰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이제는 인디게임 개발에 있어서 자유, 개성, 하고싶은대로 만드는 것에 대한 가치를 존중 받기 보다는 트리플A 게임의 평가 잣대가 자연스럽게 인디 게임에도 반영되고 있기도 한 것 같고, 무엇보다도 엄청난 상업적 성과를 거둔 인디게임 개발팀도 여럿 등장하면서, 과거 그 어느때보다도 인디게임 개발팀들도 “상업적 성과” 를 최 우선 목표로 삼고 달려가는 느낌이다.

그런 시점에서 해당 행사를 초기부터 같이 기획하고 나에게 이러한 행사가 있다는 걸 알려주신 양명진 대표님은 그런 인디 게임 개발 분야의 발전도 의미 있지만, 우리가 좋아하던 게임 개발, 그리고 조금은 옛날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게임 행사를 열어보고 싶었다는 취지를 들으며, 우리 회사의, 우리팀의 첫 참여 행사로 서울 게임타운을 선택하게 되었다.

국내에서 게임잼 전문가로 유명하신 정신승리 연구소의 양명진 대표님.

사실은 위와 같은 취지의 내용이 가장 중요하긴 했지만… 오프라인 게임 관련 부스 경험이 없었고, 부담이 컸던 나에게…

‘ 아마도 첫 행사이고 홍보가 쉽지 않아서 많은 분들이 오시진 않을꺼 같아요.. ‘

라는 양명진 대표님의 힘없는(?) 블러핑은 나의 처음 참여라는 큰 부담감을 줄여주었고, 실제로 당일날 인디크래프트라는 국내에서 가장 큰 게임 관련 행사중 하나가 열리는 기간이라 아마도 큰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는 첫 행사가 되리라는 속셈도 있었다.

따라서 바쁜 와중에 급 준비를 하면서도 내심 한켠 조금은.. 부담없이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노림수도 있었다.

하지만 왠걸.

개인 집안 사정때문에 오전에 와서 현장 세팅을 하고 오후 3시가 다 되서야 행사장에 다시 와볼 수 있었는데, 너무 많은 관람객들이 행사장에 함께 하고 계셨다.

몇몇 게임들은 플레이를 하기 위해서 최소 몇십분은 기다려서 줄을 서야만 했고, 또한 많은 팀들이 자체적인 굿즈나 상품들을 준비해오셔서, 나는 못봤지만 팀원들이 이야기해주시길..

행사 시작을 알리자 “끼야아아악” 소리와 함께 오픈런의 장면이 연출. 인간 바리케이트를 치면서 줄이 쭈우우우욱 서있던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하필이면 가장 왜소하고 준비가 덜 됐던 우리 부스 옆줄이라서 ㅎㅎ 내가 현장에서 그 장면을 봤으면 많이 민망했을 것 같기도..

내가 현장에 도착했을때는 우리 부스쪽에서도 많은 분들이 호기심을 갖으면서 SPUM 과 이번에 급 제작하여 출품한 “자원전쟁” 을 플레이해주시기도 했었는데, SPUM 을 세상에 내놓고 거의 5년이 지났지만, 오프라인 현장에서 사용자들이 관심을 갖고 직접 해보시는 걸 처음봐서 상당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들었다.

전날 행사를 위해서 급 추가 기능을 만들고 아직 세상에 공개안한 스탠드얼론 버젼을 빌드해서
현장에서 시연중이신 Net 님 (하늘색 후드티)

특히 작년부터 팀에 합류해서 SPUM 의 메인 개발을 함께 해주시고 계시는 Net 님의 경우는 이 행사 참여를 위해서 아침 6시부터 부산에서 출발해 이 자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해주시고 저녁만 먹고 다시 부산으로 슝 가셨는데..

그래도 개발자 입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만든 제품에 관심을 갖고 제품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의견을 듣고 하는 시간은 여러가지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자리였으리라 생각한다.

재밌게도 꽤 많은 분들이 SPUM 을 들어보거나 알고 있었지만, 이게 한국 개발자 (나) 가 만들었는지 몰라서 신기해하며 지나가시기도 했고, 직접 써보면서 꼭 나중에 구매해서 사용해보시겠다는 이야기도 해주시기도 해서, 상당히 뜻깊은 자리였다.

이 맛에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를 하나보다.

행사 말미에는 서울 게임타운을 직접 기획하시고 준비하고 멋지게 대박을 터뜨리신 주역이신 배인호님, 장은태님, 박종혁님과 짧은 담소를 나눌 수도 있었다.

서울게임타운 행사의 주역들!! 너무 멋진분들!! 대단합니다.

신기하게도 이중에 한분은 과거 10년전, 고등학생 시절 내가 만들고 운영했던 레벨제로 커뮤니티를 통해서 게임 개발 커뮤니티 활동을 하셨던 분이었고, 한분은 내가 만들고 공유해놓은 AR 깃허브 리소스를 활용해서 공부를 하셨었던 분이고, 사진에 없지만 다른 한분은 내가 썼던 유니티 책으로 유니티 공부를 하셨던 분이었다고 한다.

뭔가 상당히 멜랑꼴리한 장면이었는데, 쑥쓰러움도 컸지만, 동시에 이런 멋진 행사를 기획하고 실천해나가는 멋진 젊은 개발자들의 시작에 조금이나마 나도 영향을 끼쳤었구나.. 하는 자뻑을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저… 신기..

서울게임타운은 운영진 분들의 기대보다도 더 너무 잘되어서 본인들도 약간 어벙벙하신 것 같았는데, 이분들은 아마도 앞으로 더 바빠지셔서 이렇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또 없을 것 같다.

언젠가 기회되면 서울게임타운의 시작 이야기와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인터뷰 컨텐츠라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아래 사진은 행사 종료 5분전의 사진인데, 사진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행사 박바지까지도 사람들이 정말로 많은 테이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게임을 즐기고 교류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들을 볼 수 있었다.

마지막, 5시 정각이 되고 운영진 분들이 카운트다운을 외치며 행사 종료를 외치고 참석하신 많은 분들이 박수를 치면서 셀레브레이션을 할때는 뭔가 많은 에너지가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평을 해보자면 행사의 취지에 정말로 적절하게 제대로 진행된 아주 멋진 행사였다.

마치며..

이상으로 지난 20일 사상 처음으로 게임 관련 부스로 참여를 해보았던 서울게임타운 행사에 대한 참가 후기를 마쳐보려 한다.

사실 요즘 너무 바뻐서, 이런 행사가 있다는 것을 알고 급 신청을 했다가, 행사당일이 다가오자 ‘괜히 신청했나..?’ 하고 많은 후회를 했었다.

행사 전날에도 5분만에 급 디자인을해서 십수년만에 엑스배너를 만들어보고 당일 생산으로 예약, 팀원들의 명함도 즉석명함으로 만들고, 자정이 넘어서 성원애드피아에 가서 당일 출고로 인쇄물 가져오고.. ( 사랑해요 상원애드피아 ) , 새벽에 직접 가내수공업으로 뭔가 테이블에는 올려야 할 것 같아서, 배너 만들고.. 설문 만들고… 현장에서 직접해볼 수 있는 WebGL 빌드버젼이 퍼블리싱 에러가 나서 새벽 4시까지 계속 수정하고..

집에서 새벽에 아들의 딱풀과 폼보드를 자르고 3D 프린터로 거치대를 만들어본.. 가내 수공업 버젼.

말그대로 멘붕.

물론, 나의 20대 시절은 항상 높은 사람들에게 개발 시연과 글로벌을 넘나들며 다양한 사람들에게 라이브 시연을 하고 살았었기 때문에 꽤나 익숙한 미션이기도 했지만, 막상 나를 위해서는 이런걸 해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상당히 익숙하면서 생소한 경험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요즘 개발 크런치 모드를 달리는 와중에 갑자기 이런 오프라인 행사를 급 잡아버리니 너무 피곤하고, 머리가 복잡하고, 망쳐버릴까봐 큰 걱정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덕분에 자신들의 게임을 진심으로 개발하며 가꾸고 이런 귀중한 행사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홍보를 하고 관람객들과 교류를 하는 멋진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게 민폐를 조금이나마 안 끼쳤던 것 같다.

동시에 위에서 구술했었던 과거 레벨제로 행사 시절의 인연들이 오묘하게 이어진 일부 운영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고 나의 과거의 삽질들이 무의미하진 않았었구나.. 하는 큰 감동을 선물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역삼 마루180 지하에서 진행되었던 레벨제로 기술 세미나, 2014

당시로써는 대부분 마케팅 기반의 네트워킹 행사만 있었던 소규모 게임 개발 관련 행사에서, 보기드문 실질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기술 세미나를 표방한 행사를 진행하다보니.. 후원을 받을 수도 없어서 내 사비로 거의 매달 행사를 진행하느라 정말 등골이 빠지는 줄 알았는데.. 행사 기획, 강사 섭외, 현장 예약, 간식 수급, 행사 공개 및 모객 등등..

광화문 마이크로소프트 사옥에서 진행되었던 레벨제로 기술 세미나, 2015

물론 내가 재밌어서 + 우리나라 게임 개발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내가 받은 도움들을 환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꾸역 꾸역 하기도 했었지만.. 누적되는 현타와 사건 사고들속에서 결국 어느순간부터는 자랑스러운 과거보다는 끝까지 완수하지 못했다는 자책을 갖게되는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번 행사를 통해서 그동안 멋지게 성장해온 국내 인디 게임 문화와, 수많은 멋진 개발팀들, 그리고 다양한 게임들.

이러한 멋진 발전속에 나도 조금은 아니 한 티끌정도는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과 동시에 그래도 이렇게 좋은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무궁한 감사함을 남기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런 멋진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양명진 대표님에게도 감사를 드리며, 각자 강원도, 부산에서 행사때문에 먼길와서 고생해주신 Net ,도훈님, 상우, 상우님 모두 큰 감사를 드리고 싶다.

한국에서 게임 개발계에 종사하는 것이 더욱더 자랑스러워 질 수 있도록

자격을 갖출수 있게 더 노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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