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다소 충격적인 뉴스 기사를 보게 되었다.
바로, LG 가 자사의 노트북 분야 히트 상품인 그램을 중국에 ODM 생산으로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는 소식..
https://www.newsway.co.kr/news/view?ud=2023113009303346202
아직은 뉴스웨이라는 위 링크의 언론사에서만 해당 소식이 올라와 있기 때문에 팩트체크는 좀 더 해봐야 겠지만.. 사실이라면 정말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여기서 확인해야 할 부분은 바로 아래 문구 부분.
LG전자가 플래그십 노트북 ‘그램'(gram)을 중국 회사로부터 위탁 생산(주문자개발생산·ODM)한다. 그동안 울트라 PC와 같은 저가 노트북의 경우 일부를 외주생산했으나 그램(투인원 등 특수 모델 제외) 만큼은 자체생산을 고수해왔다. 수요 둔화에 따른 원가 절감 차원으로 프리미엄 제품으로 내세운 ‘그램’의 브랜드 신뢰도와 관련된 잡음이 일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흔히 말해서 위탁생산이라고 말하는 부분은 크게 OEM (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 과 ODM (Original Design Manufacturing ) 이 있을 것 같은데, 본사에서 직접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 설계 까지 다 직접 하고 단순 생산만 위탁 업체에 맡겨서 제조하는 OEM 과 다르게, ODM 은 본사는 제품 스펙이나 컨셉 기획등을 전달하고 제조사에서 직접 디자인 및 설계 와 생산까지 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다시말해서 위 기사가 사실이라면 이제 LG 그램은 LG에서 설계하고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테크프론트라는 회사가 LG의 기획에 따라서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다는 이야기 인 것같다..
사실 최근 국내 글로벌 전자 제품 제조회사들은 중국에 설계 및 제작을 맡기는 ODM 방식을 많이 취하고 있는데, 제품의 원가를 낮추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의 생활가전 제품 라인업이 ODM 제품군이 많은데.. 실제로는 중국에서 설계하고 제작하고 삼성의 로고만 붙이는 판매 전략을 갖고 있다.
( 흔히 말하는 텍갈이 인가.. )
아래는 한 블로그에서 발췌한 삼성의 ODM 현황에 대한 표인데, 생각보다 많은 제품들이 ODM 방식으로 제작 판매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나도 작년에 구매했던 삼성의 인버터 제습기가 디자인도 이쁘고 성능도 쓸만해서 구매후 리뷰를 올렸었는데, 리플로 왜 삼성의 ODM 제습기를 사느냐! 라고 댓글들이 달려서 당황했었던 기억이 있다.
당연히 굴지의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제품이고, 비스포크라는 꽤 멋진 디자인 아이덴티티의 브랜드를 지니고 있어서, 그 연장선의 제품으로 생각하고 구매를 한 것도 있는데.. 알고보니 중국 제작 제품에 삼성의 로고가 붙은 제품이었다.
물론 ODM 제품이라고 무조건 안 좋은 것은 아니다. 위의 인버터 제습기도 삼성 제품 치고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고, 성능도 나쁘지 않아서 금년까지도 잘 사용한 제품이다. 그리고 당연히 삼성이 판매하는 제품이니 국내에서 AS를 받을 수도 있고, 삼성의 제품을 구매하면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이렇게 제조 원가를 중요시 하는 분위기를 통해서 ODM 방식이 퍼져나간다면.. 과연 그동안 힘들게 쌓아올렸던 브랜드의 가치는 어떻게 될 것인지 걱정이 된다.
아무리 글로벌 기업이라도 브랜드를 런칭하고 그 브랜드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투자와 시간을 들여서 만들어가야 한다.
또한, 결국 제품에 있어서 최고의 가치는 바로 그 제품 자체의 품질과 성능일텐데, 이를 개발하고 제조하는 과정을 타 회사에 맡겨버리면, 회사는 그 노하우와 제조 과정에서의 가치를 획득하기 어려워 질 것이다.
물론, 삼성이나 LG 나 지난 20년 넘게 해당 분야에서 글로벌 Top 을 찍었던 회사였으니.. 단 기간에 쌓아올렸던 가치가 사라지진 않겠지만.. 여러모로 걱정이 되는 부분이다.
한때, 애플의 아이폰 신화가 시작되고나서, 우리나라에서 스티븐 잡스의 경영철학, 브랜드 전략 등 스티븐잡스의 방식의 유행인 시절이 있었다.
대략 2009년도 부터 2012년도 사이의 일로 기억하는데..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 그리고 아이패드, 맥북등 라인업들이 글로벌 대 히트를 기록하면서, 정말 수 많은 제조 회사들이 애플의 브랜드 가치에 대한 분석과 따라잡기를 시도했었던 기억이 난다.
나 역시도 간접적으로 그러한 기류에 휘말린 기억이 있는데..
한 유명 제조회사에서, 애플 처럼 브랜드 가치를 얻기 위해서 해외의 유명 브랜드 컨설팅 업체에게 브랜드 전략을 의뢰하고, 그 회사에서 국내의 IT 프론티어들을 대상으로 리서치를 진행하는데 참여해볼 수 있어서 였다.
당시에 그 유명 대기업은 브랜딩 컨설팅 업체에게
” 브랜드 전략으로 우리
를 애플 같은 회사로 만들어줘라!!”
라고 말도 안되는 주문을 했고, 클라이언트의 어이없는 요구에도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 열심히 조사를 하고 다음과 같은 전략을 경영진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 이 회사는 브랜드 가치가 너무 낮기 때문에, 애플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제품 품질이 좋고, 가격 경쟁력이 좋기 때문에 이 장점을 잘 유지하면서 꾸준히 고객을 늘려가면서 이 회사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수립하자.”
나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인터뷰 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당시에 경영진은 우리를 무시하냐고! 왜 우리가 애플 처럼 될 수 없냐고 노발 대발하면서 해당 브랜드 컨설팅 업체가 무능하다고 계약을 종료했다는 후문을 들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해당 회사는 십수년이 지난 지금 글로벌 Top 5안에 드는 글로벌 브랜드가 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당시에 그 해외 컨설팅 업체가 제안 한대로 경쟁사 대비 좋은 가격과, 제품 품질, 그리고 십년에 걸쳐 점차적으로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통해서 현재의 브랜드 가치를 얻어내고 있다.
그만큼 브랜드의 가치, 그리고 소비자의 충성도를 얻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모든 회사가 애플 처럼 될 필요도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애플은.. 제품의 퀄리티가 좋다.
경쟁사 대비 훌륭하면서도 독자적인 OS 시스템, 칩셋 성능, 디자인, 등등.. 그냥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수많은 경쟁자, 후속 추격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글로벌 1위를 차지하고 수성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LG 라는 회사의 포텐셜은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관심을 갖고 보면 LG 안에 얼마나 훌륭한 수준의 개발진들과 구성원들이 존재하는지 살펴볼 수 있고, LG 연구소 내에서 그동안 출시 했던 수많은 특허 내역들과 실험적인 제품들을 살펴보면 LG의 저력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단기적인 수익과 경영실적을 위해서 제조사가 꽉 쥐고 있으면서 더 발전 시켜나가야될 핵심이 되는 제품 제조에 대한 기술과 경험을 타 회사에게 넘겨버린다면.. 과연 더 경쟁이 심화될 미래에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물론 ODM 방식으로 나온 그램이 더 가격도 좋고, 완성도도 좋고, 디자인도 이쁘고, 사용성도 좋을 수 도 있다.
근데, 그말은 다시 말해서 초경량 프리미엄 노트북 시장을 선도해오고 있던 그램의 아이덴티티의 가치가 얼마든지 타 회사도 금방 따라잡을 수 있도록 기회비용을 넘긴걸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동안 고가 프리미엄 전략을 세워왔던 그램이 … 실적이 안좋다면, 그건 제조상의 문제, 제조 원가의 문제가 아니고 마케팅 전략, 판매 전략, 경영전략의 문제 아닐까?
바로 얼마전까지도 뉴진스를 앞세워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한정판 판매도 하고 했었는데.. 수익성이 문제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제조 과정을 중국으로 보내서 원가를 낮출 문제가 아니라, 마케팅 전략을 바꾼다던지, 판매 방식에서 불필요하게 많이 들어가는 프로모션 전략, 이상한 제품 껴주기 전략 이런거 바꾸셔야 할 것 같은데..
한국 사람으로써 LG와 삼성의 멋진 제품이 나오길 응원하는 입장에서.. 이러다가 LG의 노트북 사업부도 사라지는게 아닐까 걱정이 된다..